[개선의 피드백] 상처 주지 않고 행동을 바꾸는 SBI 피드백
안녕하세요?
팀의 파트너로서 질문하고 연결하며, 팀 성장의 불씨를 살리는 팀퍼실리테이터입니다.
"팀장님, 제가 1년 내내 그렇게 잘못 일했나요? 피드백 해주실 것이 있었으면 진작 말씀해 주셨어야죠."
12월, 연말 평가 면담실입니다. C등급 평가서를 받아 든 팀원의 눈이 붉어져 있습니다.
마주 앉은 리더는 말문이 막힙니다. 팀원의 사기를 꺾을까 봐,
관계가 껄끄러워질까 봐 업무상 실수와 태도 문제를 계속 참아 왔으니까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덮어 둔 아쉬움을 평가서에 한꺼번에 적었더니,
팀원에게는 이것이 배신으로 읽힙니다.
갈등을 피하려던 리더의 침묵이 연말에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된 겁니다.
넷플릭스는 '말하지 않는 것'을 문제로 본다
넷플릭스의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와
인시아드(INSEAD) 에린 메이어(Erin Meyer) 교수는
공저 『규칙 없음(No Rules Rules)』(2020)에서 넷플릭스의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소개합니다.
책에 따르면 넷플릭스에서는 동료와 의견이 다르거나 도움이 될 피드백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을 회사에 대한 불충에 가까운 일로 봅니다.
사내 규범도 단순합니다. 누군가에 대해 말할 때는 그 사람 앞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쏟아내라는 뜻은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기준으로 ‘4A’를 가르칩니다.
두 가지는 주는 사람, 두 가지는 받는 사람의 몫입니다.
피드백을 줄 때
Aim to Assist (도우려는 의도): 화풀이나 비난이 아니라 상대와 조직이 나아지도록 돕겠다는 의도로 말한다.
Actionable (실행 가능성): 상대가 실제로 바꿀 수 있는 행동을 짚는다.
피드백을 받을 때
Appreciate (감사): 변명이나 방어부터 하지 말고 끝까지 듣고 고마움을 표한다.
Accept or Discard (수용 또는 폐기): 모든 피드백을 진지하게 들어 보되, 받아들일지는 본인이 판단한다.
리더십 연구기관 CCL이 만든 도구, SBI
CCL(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은 피드백이 겉도는 흔한 이유를 이렇게 봅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말("책임감이 없다", "태도가 공격적이다"), 막연한 말, 제3자를 끌어들이는 말이 섞이기 때문입니다.
칭찬 사이에 지적을 끼워 넣는 '샌드위치' 방식도 흔한 실수로 꼽습니다.
그래서 CCL이 개발해 가르치는 피드백 모델이 SBI(Situation-Behavior-Impact)입니다.
언제 어디서(상황), 어떤 행동을 관찰했고(행동), 그것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영향)만 담백하게 전합니다.
인격이나 의도는 해석하지 않고, 본 것과 그 결과만 말합니다. 칭찬에도 똑같이 쓸 수 있습니다.
참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쓴소리 했다가 상처받고 퇴사하면 어떡하죠?" 리더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입니다.
그런데 직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리더십 컨설팅사 젠거 폴크먼(Zenger Folkman)의 조사(HBR 블로그, 2014)에서
응답자의 57%는 칭찬보다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고 답했고,
92%는 피드백이 적절하게 전달되기만 하면 성과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답했습니다.
킴 스콧은 『래디컬 캔더』(2017, 국내 번역서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상대를 아끼지만 직접 말하지 못하는 상태를 '파괴적 공감(Ruinous Empathy)'이라 부릅니다.
개인적으로 아끼는 마음(Care Personally)과
직접 도전하는 태도(Challenge Directly)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스콧 자신도 일을 못하는 직원에게 상처 줄까 봐 돌려 말만 하다가
결국 해고하게 된 경험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말하지 않은 친절이 결국 더 큰 상처가 된 사례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참는 것은 팀원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내 불편함을 피하는 선택일 때가 많습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조직개발 역량은 연말까지 참았다가 터뜨리는 침묵이 아닙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상처 없이 행동을 바꾸도록 돕는 '상시 피드백 퍼실리테이션'이 필요합니다.
SBI 10분 피드백 세션
문제가 생긴 뒤 가능하면 당일, 늦어도 2~3일 안에 전하는 10분짜리 대화입니다.
시간 기준은 연구 결과가 아니라 현장에서 권하는 경험 규칙입니다.
기억이 선명하고 팀원도 상황을 떠올리기 쉬울수록 좋습니다.
[리더의 첫 마디]
“OO님을 평가하려는 게 아니에요. 최근 제가 본 구체적인 장면 하나와 그 영향을 공유하고 싶어서요.
지금 5분 정도 시간 괜찮으세요?”
미리 허락을 구하면서 팀원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단계 프로세스
S (상황): "평소에", "항상" 같은 일반화 대신 시점과 장소를 짚습니다.
→ "어제 오전 10시 신규 프로젝트 킥오프 회의에서"
B (행동): "무례한", "게으른" 같은 형용사를 빼고, 눈에 보이는 행동만 말합니다.
→ 나쁜 예: "회의 태도가 너무 공격적이던데요."
→ 좋은 예: “A님이 발표하는 중간에 말을 끊으시고 '그건 현실성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I (영향): 그 행동이 팀과 일에 준 결과를 말하고, 바라는 행동을 제안합니다.
→ "그 뒤로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고 다른 분들도 의견을 못 내셨어요. 저도 당황했고요.
다음엔 발언이 끝난 뒤에 보완 의견을 함께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권합니다.
영향까지 말한 뒤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 들려주실래요?”라고 팀원의 관점을 물어보세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대화가 됩니다.
알고 보니 맥락이 다르거나 리더가 놓친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꼭 지킬 기본기
- 화가 난 상태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감정이 가라앉은 뒤에 합니다.
- 한 번에 한 가지만 다룹니다. 쌓아 둔 불만을 한꺼번에 꺼내면 SBI가 아니라 청문회가 됩니다.
- 칭찬 사이에 지적을 끼우지 않습니다. "잘하셨는데요, 근데…"로 시작하면 앞의 칭찬은 믿음을 잃습니다.
- 메신저 글보다 대면 대화를 권합니다. 글은 어조가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커집니다.
- 장소는 조용하고 사적인 곳이 안전합니다.
- 좋은 행동에도 SBI를 씁니다.
ex) "지난주 고객사 미팅에서 질문을 정리해 미리 공유해 주셔서(S, B), 덕분에 미팅이 20분 단축됐어요(I)."
칭찬이 구체적일수록 팀원은 무엇을 반복해야 하는지 압니다.
[진단] 나는 상처 주지 않고 행동을 바꾸는 피드백을 하고 있는가?
연말 평가 면담이 두렵다면 평소 피드백부터 점검해 보세요.
질문 1. 팀원의 문제 행동을 봤을 때, 관계가 깨질까 봐 침묵하지 않고 되도록 빨리 대화를 요청하고 있나요?
→ 침묵하고 있다면 파괴적 공감에 빠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도우려는 의도'를 기억하고 말을 꺼내 보세요.
질문 2. "태도가 문제"라는 평가를 빼고 상황-행동-영향과 실행 가능한 제안을 전하고 있나요?
그리고 리더인 나도 피드백을 먼저 청하고 있나요?
→ 둘 다 "네"라면 이미 팀원을 성장시키는 코치형 리더입니다.
팀원에게 가장 잔인한 리더는 화를 내는 리더가 아닙니다.
잘못을 보고도 침묵하다가 연말 등급으로 한꺼번에 알려 주는 리더입니다.
"착한 리더"라는 이미지를 내려놓으세요.
팀원을 정말 아낀다면,
필요한 순간에 담백한 거울을 들어 줄 용기가 필요합니다.
팀퍼실리테이터
침묵의 시간은 연말에 원망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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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그레이스컨설팅그룹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